양모의 극심한 학대를 받은 끝에 지난해 10월, 16개월 짧은 생을 마감한 정인이.
사건이 알려진 뒤 여론은 들끓었습니다.
장기를 손상할 정도로 심각했던 양모의 상습 폭행, 그리로 이를 알고도 방치한 양부의 범행이 수사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인이를 살릴 기회가 3차례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면서 국민적 분노는 더 커졌습니다.
부실 대응 논란 속에 결국, 경찰 수장은 머리를 숙였습니다.
[김창룡 / 경찰청장 (지난 1월 6일) : 학대 피해를 당한 어린아이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후 특별수사대 운영, 경찰관의 전문성 제고 등 관련 대책이 쏟아졌습니다.
정치권도 가세했습니다.
민법상의 부모 징계권을 60여 년 만에 없앴고, 아동 학대 처벌 수위를 높였습니다.
학대로 아동이 숨지면, 사형,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도록 했습니다.
일반 살인죄보다 무거운 형벌입니다.
일선 현장의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됐습니다.
아동 학대 신고에 대한 '즉시' 조사와 수사를 의무화했고, 피해 아동은 가해자와 반드시 분리해 조사하도록 했습니다.
학대 부모의 집과 차량 등에 경찰관이 출입할 수 있는 근거 조항도 신설됐습니다.
문제는 이런 대책들이 대부분 사건 발생 이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입니다.
아동 학대를 사전에 막기에는 한계가 있는 겁니다.
이렇다 보니 "제2의 정인이"가 끊임없이 나오는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아동 학대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강진원 [jinw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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